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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체 공기업에 무리한 다이어트 강요..'언 발에 오줌 누기' 지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0 17:24

수정 2015.11.10 17:24

"7개 공기업이 부채 95%.. 공공요금 현실화 나서야"
전문가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적정원가 미달' 요금 정책 손질해 문제 해결해야
정부, 전체 공기업에 무리한 다이어트 강요..'언 발에 오줌 누기' 지적

한국토지공사 등 7개 공기업 부채가 우리나라 전체 공공기관 부채의 95%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전체 공기업에 무리한 '다이어트'를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때문에 정부가 공기업 부채비율을 효율적으로 낮추려면 이들 7개 공기업 부채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는 비합리적인 공공요금을 합리적으로 책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기업 전체 부채의 95% '칠성파' 차지

10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4년말 기준 국내 316개 공공기관의 부채규모는 총 520조5000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201.6%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말 대배 부채규모는 약 121조7000억원 증가했으며, 부채비율은 36.6%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이같은 부채가 특정 공기업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실제 30개 공기업(시장형 공기업 14개, 준시장형 공기업 16개)의 2010년 대비 부채 증가분은 85조1000억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부채 증가분 121조7000억원의 약 70%에 달했다.

게다가 전체 공공기관 부채에서 차지하는 30개 공기업의 부채 점유비는 이들 30개 공기업의 부채만 377조1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전체 부채의 72%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한국토지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7개 공기업의 부채는 360조2000억원으로 전체 부채의 95%를 차지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5년간 공공기관 부채규모의 급증은 이들 상위 7개 공기업이 주도한 측면이 강하다"며 "이들 7개 공기업 부채 증가 원인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다른 316개 공공기관 전체를 피곤하게 할 필요 없이 이들 공기업 부채 문제만 해결한다면 풀 수 있는 문제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기업 부채문제의 근원이 '방만경영'에 있다고 판단하고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2017년까지 200% 부채비율 기준을 맞추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 탓에 대다수 공기업들로선 억지춘향식으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기획재정부가 조사한 '공기업 연도별 자구노력 계획'을 보면 지난해 사업조정과 자산매각으로 각각 3조8048억원, 3조8905억원 씩의 부채를 감축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공기업들은 상장 계열사 주식을 헐값에 매각하면서 적지 않은 자본시장 관계자들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해법은 '공공요금 합리화'

전문가들도 공공기관 부채의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상환능력을 초과할 경우 이들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악화가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전체 공기업의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현재의 정책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철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교수는 "정부 경영평가에서 부채문제 비중을 크게 다룬 2014년 10조8533억원, 부채 감축 목표연도인 2017년엔 13조4151억원을 설정해 다른 일반연도에 비해 4~5배 많은 감축계획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런 사실들은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재무개선 보다는 일시적인 소나기 피하기 식 대안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공기업 부채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전체 부채의 95%를 차지하는 7개 공기업의 부채증가의 주된 원인을 분석해 적절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처는 이들 공기업 부채증가의 주된 원인에 대해 정부의 국책사업을 대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고, 또 적정원가에 미달하는 요금 정책에 따른 요금 손실 누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토지주택공사와 수자원공사, 도로공사는 정부 정책사업을 대행했고, 전력공사, 가스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등은 공공요금 규제 기관으로 분류된다.

또 석유공사, 가스공사, 전력공사, 철도공사 등은 해외자원개발 및 국내 설비투자를 담당하는 공기업이다. 결국 공기업 부채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려면 요금 정상화가 필수란 설명이다.

현재 이들 공기업이 받는 요금은 공공요금산정 원칙에 따라 책정되는데, 공공서비스 공급에 소요되는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요금이 결정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원가를 정확하게 산정할 방법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해당 공기업이 주무부처에 제출한 요금조정안은 관련 심의위원회를 거치지만 이를 검증할 역량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게다가 이 심의위원회는 정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요금안에 대해 가부만을 결정하고 있어 실질적인 심의는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교수는 "공기업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행의 공정보수주의식 공공요금 결정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가격 상한제 같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공기업 스스로 서비스 공급비용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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